내마음의 들꽃 산책
미선나무, 지구상에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 – 이유미 전 국립세종수목원장-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나무를 꼽으라면 저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나무 중 하나가 미선나무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특산식물이란 지구상에서 오직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식물입니다. 보태어 미선나무는 식물학적으로 1속(屬) 1종(種), 즉 한집 안에 한 종류 식물만 있는 손이 귀한 식물 집안 자체가 우리나라에만 있습니다. 우리가 보전하지 않는다면 지구상에서 사라지겠지요. 그래서 몇 안 되는 대부분의 자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미선나무는 아름답고 향기로워 곁에 심어 두고 사랑할 만하고, 최근 연구로 좋은 성분들도 발견되고 있으니 정말 소중한 나무입니다.
미선나무의 식물학적 특징
미선나무는 물푸레나무과 미선나무속에 속는 낙엽성 작은 키 나무입니다. 잘 키워낸 나무의 키도 고작 1 – 1.5m 정도이며 위로 높이 자라지 않고 옆으로 가지를 많이 만들며 퍼집니다. 봄이 오면 겨우내 마치 죽은 듯 메말랐던 가지에 살며시 물이 오르고 잎보다도 먼저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꽃 모양은 개나리를 똑같이 닮았지만 꽃이 좀 더 작고 맑고 향기를 지닌 흰색의 순결하고 기품있는 꽃이 줄기 가득 달립니다. 개나리보다 더 일찍 꽃을 피워내는 봄의 화신입니다. 그래서 서양사람들은 미선나무를 두고 하얀 개나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꽃의 색깔은 기본적으로 하얀 빛이지만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여 분홍미선이 되기도 상아미선이 되기도 하는데 섬세한 빛깔의 차이를 느끼며 꽃을 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미선나무의 잎은 꽃이 지면서 사이좋게 마주모며 일렬로 정렬합니다. 특징적인 것은 열매인데 둥근 부채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름이 미선(尾扇)이 되었습니다. 미선나무가 자라는 곳은 충청북도 진천군과 이와 인접한 괴산군이 중점적인 분포지이며 전북 내소산 유역, 경북 일부 지역에도 간헐적으로 발견되고 있습니다. 다른 식물들은 잘 살기 어려운 돌이 많은 매우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지요.
우리 식물부터 제대로
몇 해 전 연구논의를 위해 미국 하버드대학 부속 아놀드수목원을 방문했다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윌슨(Wilson)이라는 사람이 100년 전 한국에서 조사기록과 사진이 잘 보관되어 있었으며 정원에는 그때 수집한 한국의 하얀개나리, 미선나무가 그 이력을 유지하며 보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 정원에서 보기 어려운 참으로 풍성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군락을 이루 말입니다. 더욱이 인근의 공원 곳곳에서 미선나무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한국의 꽃나무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식물이 중요하고, 유출되어 다른 나라에서 이용한다고 말로만 화를 내었을 뿐, 여전히 우리는 미선나무를 우리 국민들이 알고 사랑하고 심고 가꾸고 할 수 있는 여건을 아직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큰 반성이 되더군요.
한국은 물론 아시아의 각각의 나라들마다 이런 소중한 식물들이 있겠지요. 가장 먼저 각 나라의 의미있는 식물들을 제대로 알고, 여러 국가들이 서로 협력하여 보전하며, 그 가치를 발굴하고 활용하여 이를 토대로 세계로 알게 하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며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봄 미선나무를 꼭 한번 만나보시기 바랍니다.